저 역시 십 수년전 언젠가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. 현실에 없던 누군가를 대상으로 사랑의 설레임을 느꼈고 사랑하는 사람에의 헌신, 그리고 함께 영원하겠다던 맹세를 했던, 비록 하룻 밤 꿈이었으나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꿈을 깨고난 후의 허망함, 안타까움, 깊은 여운이 매우 오래갔었습니다.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젠 그 꿈속의 기억조차 거의 나지 않고 그때 느꼈던 감정만이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.

 

현 실의 삶 속에서 겪는 희노애락을 비슷한 깊이와 무게로 꿈 속에서 겪었을 때 저는 종종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. 내가 지금 이 순간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역시 누군가가 꾸고 있는 꿈인 것일까,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이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관념뿐인 것일까.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음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, 아니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삶의 경계 밖에서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.

 

이 모든 것들이 결국 죽음 앞에 그저 헛되고 허망하다 생각될 수 있으나 꿈 속에서 그 꿈이 깬 이후를 인지하지 못함과 같이 우리 역시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. 꿈 속의 경험은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져도 때론 영화 인셉션처럼 현실 속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. 청나라 태평천국운동의 발단이 어느 한 남자의 꿈에서 비롯되었음은 그 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.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싶습니다. 우리가 윤회를 통해 삶과 죽음을 반복하고 전생이 이생에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어떤 영향을 끼친다면, 현재의 삶이라는 것이 꼭 그리 허망하기만 하진 않을 수 있다고..


by 猫한 보스코 2016. 9. 15. 00:06